🔍 책방 79-1 책방 지기 최영주 님 | 서촌 여름 산책길 | 책방 79-1의 7월 모임 ▪️ 절기 이야기: 명랑선언
▪️ 인터뷰: 책방 79-1 책방 지기 최영주 님
▪️ 절기에 가는 서촌: 인터뷰이가 추천하는 <서촌 여름 산책길>,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작은 더위, 책방 79-1의 <7월 여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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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오늘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작은 더위, 소서(小暑)입니다. 이번 소서를 맞이하여 the seochon은 통인동 책방79-1의 책방지기 최영주 님을 만났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4년 차가 되는 책방79-1은 영주 님의 특별한 북 큐레이션과 뜨거운 명랑함이 담긴 공간이기도 합니다. 영주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보다 그의 명랑함이 저를 단숨에 사로잡았는데요. 살다 보면 종종 긍정보다는 부정이, 낙관보다는 냉소가, 희망보다는 자조가 더 쉬운 것 같아 보이죠. 그런 일상에서 명랑함을 전제한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강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줍니다. 우리는 모두 아니까요.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요. 삶의 어떤 난제든 명쾌하고 명랑하게 풀 수 있는 힘을 가진 영주 님의 이야기로 어느 때보다 뭉클한 소서를 맞이했습니다. 마구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책에 흠뻑 취해 보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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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공동체의 작은 보금자리
서점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부터 서촌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서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했던 때였죠.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궁중족발집에서 분쟁이 있었는데 그때 족발집 사장님과 연대를 했었어요. 결국엔 분쟁에서 져서 임차인은 쫓겨났고 이후에 연대 운동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의논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만약 서촌 안에 우리의 공간이 있었다면 뒷심 있게 나아가서 작은 성과라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계속 맴돌았죠.
시민들이 한 개인으로서 일상을 살다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알아야 할 이슈에 대해 가시화하기에 가장 좋은 물성은 책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책방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든 고민의 시작이었던 서촌에서 시작하게 된 거고요. 우연히 마주친 동네 서점에서 한 번쯤은 떠올려야 하는, 각성해야 하는 이슈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죠. 서촌은 되게 재미있는 동네예요. 동네 분들이 서촌을 ‘우리 마을, 우리 마을’이라고 말씀하시는 데 그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받아들여지는 지역은 서울에서 여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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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로 다시 만나기
책은 이미지나 소유로 소비하는 게 아니잖아요. 책의 본질은 글이죠. 글을 읽고 내면에서 융합해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런데 앞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에만 계속 노출되다 보면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에 대해 안다고 지레짐작하고 오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텍스트로 책을 가장 밀도 있게 설명한 부분은 책의 뒤표지예요. 우리는 온라인 서점보다 늦으니까 이 책을 다시 환기해 드릴 수 있는 방법으로 뒤표지로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우리 책방을 ‘표지 독서 서점’이라 소개하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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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다운 책, 책의 본질
결국 책다운 책이 살아남을 거예요. 텍스트의 본질을 놓지 않고 사유의 밀도가 높은 책, 그런 책을 책다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정말 중요한 건 활자를 독해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활자를 오독하지 않고 제대로 읽어서 내면에서 융합하고 나의 지적 자산, 내적 자산으로 쌓는 능력. 그런 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거예요. 물론 내적 자산의 유무가 경제적 능력으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겠죠. 경제적 능력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그러나 삶의 질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같은 풍경을 봐도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고 그로부터 받는 영감이 다르죠. 사유의 단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결국 내가 책을 안 읽으면 똑같이 책 안 읽는 사람하고만 소통하게 될 텐데 그건 좀 무서운 이야기 아닌가요?
✍️Editor’s note
책방79-1은 시의성 있고 끈질기게 다뤄야 하는 이슈를 큐레이션 하는 책방이자 많은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공방이고 지역 사업을 진행하는 서촌의 뉴스 데스크 역할까지 하는 팔색조의 공간이에요. 내면의 동력 없이는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영주 님은 척척 다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주 님 곁엔 같은 가치를 나누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풀어 놓을 수 있는, 그와 같은 따뜻함과 명랑함을 지닌 이웃이 있었고요. 영주 님에게 연대의 가치란 무엇일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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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을 위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곰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책방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해오는 활동이에요. 사육 곰을 구출하고 곰이 곰 답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인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인데요. 우리 책방에 헌책을 기부하시면 그 책을 판매해서 매주 기부하고, 헌책 기부자께는 지리산에서 환경 활동가가 만든 곰 인형을 드리고 있어요.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통해 기부에 참여했다는 경험을 드리고 싶어서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죠.
아직 ‘생츄어리’라는 개념이 좀 낯설죠? 국가에서 곰을 위한 생츄어리를 두 군데 만들고 있어요. 현재 전국에 300마리의 사육 곰이 있는데, 거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죠. 시설도 열악하고 염분이 많은 걸 먹으니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올해 안에 갈 곳을 못 찾으면 다 도축될 상황이에요. 곰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이런 곰들을 위해 생츄어리를 만드는데 포커스를 두고 활동하는 단체이고, 활동가들이 직접 미니 생추어리를 만들어서 먹고 자고 곰들과 함께 생활하며 돌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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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들이 아프기도 많이 아픈데 또 생명이 질겨요. 고통 속에서 삶을 영유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모으셨던 적금 5천만 원을 전부 기부해 주셨어요. 인제 농장에 있는 곰 한 마리를 구해달라고 하시면서요. 거기에 그 곰이 혼자 있었거든요. 늘 그 아이가 마음에 걸리셨던 거예요. 기부금으로 장비와 시설을 갖춰서 곰을 잘 데려올 수 있었어요. 그분이 구해 주신 거죠. 기부자 이름을 따서 곰 이름도 지어줬고요. 남은 돈은 기부자와 상의해서 농장의 흙바닥을 도로포장해서 이제는 편하게 차로 이동할 수도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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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되게 이상하고 각박하고 형편없고, 이러다 세상 망하는 거 아니에요?’ 하는 분도 있잖아요. 아니에요. 안 망해요. 조용히 세상 어디에서나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5천만 원을 소비의 목적으로 쓰고 취미나 물건을 향유하는 걸로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내놓고 곰을 살린다는 건, 그러니까 정말 엄청난 경험인 거죠. 참 대단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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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얼마 전에 <뒤에 올 여성들에게>라는 책을 봤어요. 저는 어쩌면 사회의 차별과 불합리에 대해 맷집을 키울 수 있는 비교적 살기 쉬운 시대에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가정과 사회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사회에서 받는 충격감이 더 큰 느낌이랄까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약자를 위한 안전한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어요. 시스템이 잘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사람 한 명 한 명이 구조 안에서 자신의 몫을 바르고 단단하게 설계해야 하죠. 결국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도 개인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개인이 자신을 단단하게 갖추고 있어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약자가 고통받지 않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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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방에 오시는 분들께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해드리고 싶은 거예요. 사실 저도 그냥 내가 번 돈 얼마만큼 떼어서 바로 기부할 수도 있죠. 그런데 번잡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구조를 만든 건 하나의 기부를 통해서도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우리 집에 있는 책 한 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거죠. 안 읽는 책을 내놓는 행동 하나만으로 나도 공동체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경험으로 위로받았으면 좋겠고, 그 경험으로 추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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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거예요. 태어났으니까 책임감 있게 사는 거죠. 그저 망신스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누군가가 나를 안다는 게 창피한 일이 안 되면 좋겠고요. 그거 정말 어려워요. 왜냐하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나의 가치관, 주장, 신념 이것에 반하지 않게 사는 게 쉽지 않아요. 그냥, 그냥 사는 거죠. 특별한 의미 없어요.
에디터 : 그런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그거 배냇병이에요.(웃음) 우리 엄마 닮아서. 하기 싫다고 해도 막상 하면 너무 열심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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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문득 생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외발자전거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언제고 내팽개쳐질 수 있는 굴곡 앞을,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는 변수 사이를 나홀로 외발 질주하는 막막함. 뭔지 모를 감정이 자꾸만 물을 먹고 몸집을 불려 나갈 때 명랑함을 잃지 않는 이웃, 선배, 어른과 이야기하니 우중충한 마음이 바락바락 씻겨 나가는 것 같았어요. 영주 님 뒤에 있어서, 우리 앞에 그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영주 님의 세계관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방79-1이 안전한 생츄어리이자 청량한 오아시스처럼 느껴졌고요.
영주 님이 말한 책의 본질, 이 모든 구조의 본질은 삶의 본질과도 닿아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변수와 고통이 범람하는 일상에서 산다는 것의 본질, 그럼에도 불고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는 삶에 대한 희망과 고통을 통과할 수 있는 내 안에 숨겨진 명랑함이 아닐까요. 우리가 느끼는 기쁨, 그 순수함 속에는 그것을 갈망했던 어느 한 시점의 우리 자신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서로의 명랑함이 모두를 구원하길, 그칠 듯 그치지 않는 소서의 빗줄기처럼 그치지 않는 고통에서도 서로를 구원하는 삶으로 함께하길 바랍니다. 황망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끝내는 고통을 이길 사랑과 명랑을 담아 the seochon 소서의 이야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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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79-1 최영주 님이 추천하는 <서촌 여름 산책길>
작은 더위, 소서(小暑)가 지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서촌의 소서는 책방79-1의 영주 님이 추천하는 ‘서촌 여름 산책길’을 담아보았는데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습한 공기와 하염없이 흐르는 땀방울에 지친 몸과 마음을 영주 님의 여름 산책길에서 쉼과 여유로 채워보세요!
영주 님이 즐기는 서촌의 여름 산책코스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일단, 얼음 채운 텀블러를 들고 에코생협에 콤부차를 한 병 사서 덕이나루에서 냉우동과 생선까스 2 조각를 함께 냠냠! 평화제과에서 게릴라 케이크를 한 조각 포장해서 청운문학도서관에서 한적한 그늘을 찾아 얼음이 약간 녹은 텀블러에 콤부차를 채우고, 제철 재료가 듬뿍 들어간 케이크를 먹으며, 노닥노닥, 빈둥빈둥합니다.
*장소 정보는 파란글씨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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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작은 더위, 책방 79-1의 <7월 여름 모임>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소서 무렵은 모내기를 마쳐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힘을 합쳐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옛말이 유독 많은 절기이기도 합니다. 서촌 책방 79-1에서는 주변 상점, 이웃과 힘을 합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지속적으로 기획하며 운영하고 있는데요. 더위마저도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이겨낼 수 있는 책방 79-1의 ‘7월 여름 모임'을 함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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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책 독서회 2017년 일본 한 서점에서 시작한 이상한 독서회는 이 세상에 없는 책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의 내용, 책의 표지, 책의 장르, 책의 작가, 책이 나온 시대, 책의 시대적 의미 등 우리가 나누는 모든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 됩니다.
일시: 2024.07.10(수) 19:3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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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다회
지정된 드라마를 보고, 매 월 세 번째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책방79-1에서 만나 이야기 나눠요.
일시: 2024.07.17(수) 19:30
드라마: 브로드처치시즌2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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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속 공방
일본 서적으로 진행하는 책방 79-1, 소잉수업
참가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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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ochon 12호는 7월 22일 대서(大暑)에
님을 찾아갑니다.
소서의 인사는 김태운 님의 시와 함께 끝마칩니다.
그럼 돌아오는 절기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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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지난 데 땀이 맺힌다
김태운
뜨거운 햇볕이 살갗에 녹아 내린다
할머니와 밭에서 심고 뽑고 다듬었던 기억 긴 호스로 물을 뿌리고 나면 오후에 싱싱하게 고개를 들던 채소 여러분
흙 밑에 흙 옆에 흙 위에 흙먼지 호미를 내던질 곳도 흙 밖에 없던 그 식물들의 무대 위로 내리쬐던 햇볕 아니, 스포트라이트
물기 쪽 빠져 조글조글해진 사람의 살갗 너머 싱싱한 주연과 환호하느라 조금 들뜬 흙, 그 끝없는 관중들 관중들
흙 만지지 않은 지 한참 됐는데도 햇볕에 어떤 기억이 스친다 날카롭게 베인 것처럼 땀이 돋는다
기억은 가고 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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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의 the seochon은 어땠나요?
좋았다면 친구에게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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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휴먼 콘텐츠 <로컬루트>
사람의 가치, 로컬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로컬. the seo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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