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곡식의 씨앗을 뿌려 본격적인 모내기를 시작하는 절기, 망종(芒種)입니다. 논밭에는 벼가 심어지고, 밤에는 반딧불이 별처럼 빛나고, 나뭇가지에는 여름빛을 타고난 매실이 초롱한 망종을 맞이하며 우리는 이곳 서촌의 씨앗인 존재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지나오지만 누구도 회귀할 수 없는 생의 씨앗이자 빛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촌의 아이들이 생각났죠. 

작고 미미한 낟알이 하늘을 향해 지상으로 솟구쳐 올라 긴 시간 끝에 풍성한 수확의 결실이 되듯, 인왕산의 품안에서 서촌의 밀알로 성장하는 배화여자고등학교 도시공간연구회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생의 끄트머리에서도 아득한 기억으로 남겨질 유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 그들은 어떤 마음일지, 무엇보다 오감으로 아로새겨지는 감상이 궁금했습니다.

도시공간연구회의 다음 프로젝트로 서촌을 모형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요. 서촌의 공간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직접 마을 모형을 만들어서 서촌을 재해석하고 싶더라고요. 다른 학생들은 서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꾸어 나가고 싶은지 함께 참여할 방법을 고민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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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궁극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제가 하면 기쁘고 행복한 일이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해야겠어요. 대학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야 좀 수월하지 않을까요? 눈물 난다.(웃음)

최지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엄청 많은데 아직은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자연을 굉장히 좋아해요. 도시 공간에만 갇혀 살고 있는데 언젠가 자연을 느끼며 살면 날개를 펴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김민해: 저는 원래 좀 흘러가는 대로 사는 편인데 뉴스레터 보면서 한번 생각해 봤거든요. 저는 순간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 가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느끼는 감정으로요.

한서정: 저도 행복한 일을 하기 위해 살아요. 근데 아직 진로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우선 고등학교 열심히 다니고 좋은 대학에 가서 제가 행복한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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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빈: 저는 나비가 될 거예요. 제가 오늘 1교시에 정말 감명 깊은 수업을 들었어요. 윤리와 사상 수업에서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저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데도 가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만지고 느끼는 게 현실감이 없다. 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았는데 호접몽을 들으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안 것 같아요. 제가 놓친 무언가를 깨달으면 저는 그때 제가 인간이라는 꿈을 깨고 나비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의 깨달음을 찾기 위해 살고 있어요.

김유림: 저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기대돼요. 지금 좀 힘들긴 하지만 앞으로 있을 대학 생활, 취업도 경험해 보고 싶고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곽혜원: 저는 삶에서 뭔가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게 재밌어서 사는 것 같아요. 지금은 고등학생이니까 좋은 성적을 성취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청소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망종을 맞이하여 우리 지역의 파릇파릇한 생명체로 자라나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초점을 맞춘 점은 ‘청소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이란 어리고 미숙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매일매일 자기 앞에 놓인 새로움 속에서 꿋꿋하게 버티기 위해 애쓰는 뿌리를 가진 존재이기도 할 것입니다. 오늘 망종의 이야기가 당신의 입가에 작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위한, 그리고 자라나는 학생을 위한 용기 한 줌을 나누게 하면 좋겠습니다.

배화여고 도시공간연구회

요즘 부쩍 내리쬐는 햇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더워지는 날씨를 느끼는 동안 벌써 눈 깜빡할 사이에 6월이 다가왔네요. 햇빛의 생기를 받아 푸릇푸릇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여름이 다가온 것이 느껴집니다. 6월 5일부터 시작되는 망종은 벼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로, 보리 베기와 모내기에 알맞은 때입니다. 끝과 또 다른 시작. 푸르르고 맑은 여름의 시작이기도 한 망종을 맞이해 이번 글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파릇파릇 자라나는 생명체인 청소년, 그중에서도 서촌에 위치한 배화여고 학생들이 직접 취재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배화여고 도시연구연구회 동아리가 추천하는 서촌의 망종

안녕하세요. 배화여고 도시연구연구회 동아리입니다. 저희가 애정하는 서촌, 이 아름다운 동네를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누군가는 한동네에 오래 살면 지루하고 뻔하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저희는 등교하는 시간, 학원 가는 시간, 밤에 산책하러 가는 시간처럼 다양한 시간대에 돌아다니면서 서촌의 아름다움을 항상 느끼고 있답니다. 오늘은 저희가 소중하게 아끼는 서촌의 공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 청운문학도서관

한옥에서 공부할 수도 있고 따로 도서관도 있어서 자연이랑 같이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2011년 인왕산 공원에 윤동주 문학전시관과 연계되는 문학도서관을 건립하여 서울 도심 속 옛 성곽길과 자연환경에 어우러지는 한옥 도서관이에요. 바쁜 일상 중 숲속에 자리 잡은 한옥도서관에서 물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책 읽으며 힐링하기 너무 좋아요.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6길 40

⏰  운영시간: 월요일 정기휴무 
화~금요일 10:00~9:00  |  주말 10:00~7:00

 🔍  밥+(플러스)

서촌에서 따뜻한 집밥 한 끼 찾으신다면 이곳은 어떤가요? 오랜 시간 동안 맛 변화도 없고 ‘안심식당’이라고 인증받은 곳이에요. '미원 안됨, 다시다 안됨'을 보니 조미료 없는 건강한 음식은 만드는 곳이라는 게 느껴지는데요. 조미료 많은 음식을 자주 접하는 우리에게 정말 반가운 밥집이라고 생각해요.

📍 서울 종로구 옥인길 9

⏰  운영시간: 매일 11:30~22:30

 🔍  시우식당

서촌 시우식당은 한식과 양식을 넘나들며 맛볼 수 있는 식당입니다. 메뉴 대부분이 만원을 넘지 않는 가성비 식당으로 배화여고 친구들이 자주 즐겨 먹으러 가는 곳이기도 해요. 친구들과 맛있고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다면 친근하고 정겨운 서촌 시우식당을 가보시는 걸 추천해요.

📍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18

⏰  운영시간: 매일 11:00~20:00 | 일요일 정기휴무

까끄라기

                                                           김태운

가끔 일상에 

뾰족하고 깔끄러운 것이 돋을 때

스스로 쓰다듬어 보아도

남는 것이 상처 뿐일 때

마냥 하릴없이 내버려둔다

사람도 볏과 식물처럼

낱알 영그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