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서로를 신뢰하는 과정

슈가를 키우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모모는 워낙 조용한 아이였다 보니 별도의 훈련이 필요 없었는데 슈가는 덩치가 큰 개라서 저도 같이 견주 교육을 받고 있거든요. 제가 견주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건 모든 건 사람의 문제라는 거예요. 내가 견주로서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먼저 사고 치는 건 없어요. 산책을 할 때 다른 강아지를 보고 짖는 것도 견주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것 같다는, 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훈련은 서로를 신뢰하고 맞춰가는 과정인 거죠.

기다리고 참는 배려

모모와 슈가를 키우면서 되려 제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어요. 모모는 산책길에 적극적인 강아지를 만나면 똑같이 활발히 다가가 인사하고, 반면에 소극적인 친구를 만나면 그 곁에 조용히 앉아서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줘요. 모모의 배려심은 새로운 가족 슈가가 생기고 나서도 변함이 없어요. 개별 산책을 따로 나가지 못할 땐 못마땅할 법도 한데, 모모는 이런 변화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슈가는 조금 예민해서 양치하는 걸 싫어하는데요. 어느 날 양치할 준비를 하고 슈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슈가가 슬그머니 다가와 양치를 참아주더라고요. 슈가의 모습을 보니 이 아이도 나랑 같이 살아가기 위해 싫어하는 것도 참으면서 조금씩 맞춰주고 있구나 느꼈어요.

활력을 더해준 가족

모모와 슈가를 키우기 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었어요. 이 녀석들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촌멍뭉이들 모임까지 운영하게 됐죠. 사실 강아지들은 사람에게 큰 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간식과 사랑이면 충분해요. 오히려 사람들이 강아지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큰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제가 힘들 때 모모와 슈가가 옆에 와서 앉아주고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줄 때 큰 위로를 받아요. 이 녀석들은 저한테 활력 있는 삶을 선물해 준 소중한 존재예요.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서촌멍뭉이 순찰대'

서촌멍뭉이들 커뮤니티에는 ‘서울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했던 순찰견이 많아요.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일상적인 산책 활동이랑 방범 활동을 접목해서 동네 산책 중에 범죄나 안전 위험 요소를 발견해 신고하는 치안 사업인데요. 제가 우연히 순찰견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함께 지원해 보는 것을 제안했죠. 스무 마리가 대거 지원했고,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합격했어요. 사실 서촌에서 강아지들과 산책할 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견주로서 강아지 훈련을 잘 시키고 조심하는 것 외에도, 강아지들이 순찰견 조끼를 입고 우리 동네를 지키는 친근한 모습을 보이면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커뮤니티 활동으로 쌓은 ‘같이 잘 사는 법’

순찰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 훈련인데요. 서촌멍뭉이들 커뮤니티 활동이 큰 도움이 됐어요. 서촌 멍뭉이들은 커뮤니티에서 낯선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하며 어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요. 줄을 잡고 산책하는 과정에서 낯선 강아지를 만날 땐 어떻게 서로의 거리를 지켜주면서 배려하는지 연습할 수 있는 거예요. 마치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법과 똑같죠. 이러한 사회성 훈련 덕분에 서촌 멍뭉이들은 이제 서로를 잘 알고 지내요. 낯선 강아지를 만나도 짖는 일이 줄어들었고, 산책할 때도 서로 안전하게 다니고 있어요.

서로 다른 집, 하나 되는 마음

서촌멍뭉이들 커뮤니티는 단순한 강아지 모임 그 이상인 것 같아요. 각자 다른 집에서 다른 모양으로 살고 있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움을 주면서 소중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저는 서촌멍뭉이들 커뮤니티 활동에 큰 기여를 하지 않았어요. 이 커뮤니티는 모두가 자율적으로 모임을 기획하거나 참여하고, 서로 돕는 마음으로 운영되거든요. 저는 이 커뮤니티의 소중함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 건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러 다녔을 때였어요. 마치 자기 강아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모두가 걱정하고 애타게 찾았죠.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았을 때 서로 따뜻한 마음을 느꼈던 것처럼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the seochon 7호는 5월 5일 입하(立夏)에

님을 찾아갑니다.

곡우의 인사는 김태운 님의 시와 함께 끝마칩니다.

그럼 돌아오는 절기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