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일상을 더 즐겁게, 서촌라이프
2023. 9. 27. 수요일
서촌라이프 레터 vol.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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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달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 장석주 '대추 한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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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하루 앞둔 수요일,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연휴를 앞두고 설렘과 조급함이 교차하는 하루가 될 것 같은데요. 추석(秋夕)은 가을의 한가운데 달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추석 당일인 금요일 밤에는 잊지 말고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낼 한가위 달을 한아름 안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대추 한 알에도 태풍과 천둥과 벼락이 흔적을 남기듯 우리 모두 겨울과 봄, 여름을 거치는 동안 많은 상처와 상흔을 입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게 바로 나 자신을 수도 있고요. 생각하지 못한 변수와 속내를 꺼낼 수 없어 묵혀둔 오해, 무심히 빗겨나간 인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채 가을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우리.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도 기어코 단단한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처럼 시련과 상심을 먹고, 이 가을 더욱 깊어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라며, 예순일곱 번째 서촌 이야기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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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LOG 서촌라이프 도연님의 서촌 산책 기록 #2
산책의 사물
깊이 스며드는 온기를 따라 | 서촌 찻집
서촌라이프 산책 서촌라이프에서 시작해 산책으로 만나는 서촌 전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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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책자
오늘의 산책자는 지난 레터에 이어 다시 한번 등장한 서촌라이프 인턴 도연님이랍니다. 이번 레터에서도 도연님의 산책 이야기로 긴 걸음을 시작해 보려 하는데요. 학생 인턴으로서 서촌의 학교와 학생을 마주하며 뭉클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는 감동적인 후기를 들려주었답니다. 그럼 오늘도 도연님의 발걸음을 따라 서촌 산책길 함께 걸어 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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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들었던 노래 | muse- plug in ba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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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기록 | 산책에서 마주한 것
오늘이야말로 벼르고 벼르던 종로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외관을 보고 싶었다. 매장 문을 닫고 집에 돌아가기 전 잠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후에 짧게 비게 내렸기 때문인지 공기가 습하긴 해도 해가 강하지 않아 좋았다. 가는 길 골목골목 시선을 끄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둘러보고픈 마음을 꾹 참고 도서관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큰길을 따라 죽 걸으면서 간간이 보이는 카페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날이 흐리다곤 해도 덥긴 더워서 음료와 함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서울 매동초등학교와 어린이 도서관이 보였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조금 더 오르막을 오르니 그제야 염원하던 종로도서관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낡은 외관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친근해 보였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가방을 멘 채 도서관을 나오는 사람을 보고 나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다짐한들 열심히 공부하진 않을 것을 알았기에 금세 그런 마음을 털어버리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아 셔터가 처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걷는데 오른편에 큰 벽화가 보였다. 이 주변을 나타내는 지도였는데, 학생들을 생각해선지 아동 안전지대가 표시되어 있었다. 사소한 부분에서 이곳 주민들의 정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했다.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다가 땀이 솟고, 다리가 아파질 즈음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더운 날인데도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특히 가족 단위 일행들이 많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부모와 부모의 손을 잡고 폴짝거리는 아이, 바닥에 그려진 무늬를 따라 뛰어다니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 다문화 가정도 많이 보였다. 다들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들떴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서 보는 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광경이었다. 뭘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서촌에는 멋진 가게가 많으니까 어딜 가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 집이 멀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나도 가족과 언젠가 서촌에서 저녁을 먹고픈 생각이 들었다. 가보고 싶은 가게는 잔뜩 쌓여있다. 그곳에서 가족과 저녁을 먹는 상상을 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자니 점점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내 하루는 여기서 끝이지만, 경복궁역 주변에 모여 저녁을 먹으러 떠나는 사람들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보통은 생각을 정리하려 산책한다는데, 나는 오히려 산책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새로 만나는 가게들, 특히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을 보면 먹어보고 싶다, 언젠가 가봐야겠다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서 진정되질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산책이 재미있는 것 같다. 생각은 자기 전 침대에서도 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첫 경험은 아무 데서나 할 수 없으니까. 산책하며 서촌에 질리는 날이 영원히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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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사물
깊이 스며드는 온기를 따라 | 서촌 찻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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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가을입니다.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햇살에 자꾸만 바깥 풍경을 보게 되는데요. 공기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니 자연스레 먹고 마시는 것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여름 식탁에서 즐겼던 새콤하고 시원한 맛을 살짝 넣어두고 이제는 따뜻하고 편안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일상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연 음료이죠. 습관적으로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는 차(茶) 생각이 나지 않으신가요? 찻잎을 우려내 향을 맡고, 색을 보고, 혀끝에 느껴지는 차 맛을 음미하며 눈과 코와 입으로 마시는 차의 세계. 찬바람 부는 가을이 되었으니 오늘은 커피 대신 차를 마셔보는 건 어떠신가요? 작은 찻잔 안에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담긴 차가 오늘 하루 넉넉한 마음을 만들어 줄 거예요. 오늘 산책의 사물에서는 마음을 적셔줄 서촌 찻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통인동 깊은 골목 조용한 한옥에서 차를 시음할 수 있는 호전다실, 프라이빗한 차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이엄, 캐주얼하지만 깊이 있는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네스트에서 차와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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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다실
📍 통인동 130
🚶 서촌라이프에서 443m
🕘 월-토 10시-21시
👏 전 세계 차산지에서 직접 차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서촌의 茶 회사 호전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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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엄
📍 옥인동 47-57
🚶 서촌라이프에서 253m
🕘 수-일 12시-18시
👏 마음과 차의 결이 맞닿는 따뜻한 공간 이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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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 체부동 32-2 5층
🚶 서촌라이프에서 570m
🕘 매일 11시-22시
🐶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어요
👏 일상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티카페 네스트, 음악과 차가 만나는 월간 음감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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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식혀 줄 서촌 전시
예술적 영감이 마르지 않는 서촌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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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tya | OUTSTAGRAM
📍 체부동 126
🚶서촌라이프에서 418m
🕘 9월 22일(금)-10월 5일(목) / 12시-18시
👏 온라인 속 공간을 현실로 옮기면 얼마큼의 사람들이 머무를까, 이곳은 아웃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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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2 | 쿨라 링: 이야기 군도
📍 창성동 127-3
🚶서촌라이프에서 548m
🕘 9월 15일(금)-10월 22일(일) / 화-일 11시-19시
👏 ‘우연한 만남과 채집’ / ‘타자와의 접촉’ / ‘균형과 공존의 상태’ /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의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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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BEAT
최근우 사진작가의 렌즈 속 서촌 일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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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가을밤이 내려앉은 서촌의 골목입니다. 제법 차가워진 바람결에 서둘러 긴팔을 꺼내 입었는데요. 더위가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니 벌써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듯한 아쉬움까지 밀려듭니다. 마음은 대중 없이 자꾸만 이리저리 오가지만 계절의 바람은 흔들림 없이 오가는 길목인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넉넉하고 풍성한 마음의 달빛을 가득 담아오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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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산책 이야기를 공유해 주세요!
알고 보면 우리 일상에는 많은 걸음이 담겨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지만,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란 참 어렵죠.
하지만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나에게 몰입하게 돼요.
걸음을 옮기고 스치는 풍경에 멈추어 하루를 위로받고 산책하며 만나는 동네 이웃과 안부를 물으며
나의 일상이, 나의 하루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답니다.
산책이 일상이 되는 동네 서촌에서 느낀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연을 올려주신 분 가운데 추첨을 통해 제니스팍스의 서촌 지도를 선물로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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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라이프문의 localroot.kr@gmail.com 고객센터 02-737-4788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23-1구독취소 Un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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