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홈의 시작
라마홈은 제 첫 아이의 태명인 ‘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에요. ‘라마홈’ 인스타그램 계정은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운영해왔고, 2019년에 라마홈 오프라인 숍을 공식 오픈했습니다. 초기에는 리투아니아 리넨과 생활용품, 소량의 의류들만 판매하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의류 사업을 하셨어요. 경기가 어려워져 삼촌이 패션 사업을 이어받으시고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하셨죠. 저는 20대 때부터 영국을 오가며 패션업계에서 일을 했고요. 잠을 많이 못 자며 일을 하고 압박감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 당시에 틈만 나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서촌을 걸었던 게 큰 위안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일을 그만두고, 결혼하게 되어 강릉에서 8년간 주부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다시 일하고 싶단 생각이 드니까 어릴 적 자주 왔던 마음의 위안을 얻으러 왔던 서촌에 자꾸 마음이 가더라고요. 숍을 열기 전까지도 고민과 걱정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죠. 게다가 이곳에 방문하러 오시는 손님들 또한 친환경 용품이나 천연 섬유, 공예품들에 관심이 많거나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편이라 물건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소중한 인연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모든 분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고 구매해주신 덕분에 라마홈이 존재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라마홈은 저의 오래된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키워나가는 숍이이예요. 그저 단순한 숍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기도 하고요.

함께 꾸려가는 라마홈

라마 홈은 3명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낸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로 ‘낸시 앤 아스테리아’라는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여 다양한 좋은 소재로 옷을 제작하고 있으며, 저는 리넨 중심의 의류를, 낸시는 워크웨어를 만들고 있어요. 또 다른 친구는 낸시의 여동생으로 ‘스튜디오 WOM(Warm on Monday)’이라는 가방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죠. 또한, 50년 이상 옷 공장을 운영하신 낸시의 아버님께서 은퇴 후 이곳에서 옷을 재단과 패턴을 도맡아 주시고 있고, 봉제는 낸시의 고모부님과 고모님이 맡아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낸시의 아버님께서 늘상 가족처럼 챙겨주시다보니 친구의 아버지가 아닌, 이제는 서로 아버지와 딸처럼 대하는 관계죠.

선물같은 삶을 산다는 것

제주도의 윈드스톤이라는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이 라마홈 로고를 만들어주셨는데 아래 글귀가 하나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이 숍을 열었을 당시엔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러니까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감사히, 그리고 소중히 여기며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마음가짐으로 ‘A pleasant life’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좋은 건 나누겠다는 마음

유럽에서 리투아니아 리넨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유럽에서는 리넨이 일반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소재이거든요. 유럽에서는 주방용품, 베딩으로 리넨을 사용하는 걸 많이 보고 직접 써보게 되었어요. 제가 강릉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하다 보니 알게 된 건데 리넨만큼 좋은 소재가 없더라고요. 리투아니아 리넨이 특색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리넨을 경험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내가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제가 좋아하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것들만 판매하는 편이에요. 리넨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직접 경험해보며 ‘선물 같고 즐거운 삶’을 누려보시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만든 이가 누군지 아는 물건을 쓰는 기쁨

라마홈에서 판매하는 공예품들도 마찬가지예요. 공예 작가님들도 심지가 곧고, 특색 있는, 가치 중심적인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라 하나하나 소개하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공예품을 추천할 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만든지 아는 물건을 쓰는 기쁨이라는 게 존재한다고요. 동시에 공예 작가님들이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일이라고 하면서 공예품을 추천드리는 편이에요. 제게 작품을 믿고 맡겨주시는 거니까 오시는 손님들에게 작가님을 응원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해 드리는 편이에요. 이를 통해 조금이나 좋은 영향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협업을 통해 상생하는 방법

여기에 긴 테이블을 놓인 이유도 원데이 클래스를 다양하게 진행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밝은 공방이라는 곳에서 한삼모시로 빗자루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거예요. 한국의 리넨이 모시나 삼배잖아요. 한삼모시라는 게 풀로 태모시를 만들고 때 모시로 섬유를 짜는 작업인데 이걸 가지고 빗자루를 만든다고 하니 흥미로웠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일반 사람들에게도 모시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이 클래스가 라마 홈에서 소개된 이후로 다른 제로 웨이스트 숍들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주셔서 의미 있었죠. 같이 협업을 함으로써 숫자로는 매겨질 수 없는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더욱더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소재의 물건들, 공예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예작가님들의 지속 가능한 작업을 지지하며 좋은 영향을 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부모님이 하고 계신 일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전 세계적으로도 전개하고 싶어요. 이번 윤현상재에서팝업을 하면서도 느낀 점도 많아요. 우리 3명이서 잘하는 게 다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이제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사진 출처 | 두번째 인도

the seochon 19호는 11월 7일 입동(立冬)에

님을 찾아갑니다.

상강의 인사는 김태운 님의 시와 함께 끝마칩니다.

그럼 돌아오는 절기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