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면 하는 마음
프랑스어로 된 식재료 이름이나 메뉴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요리 용어에만 한정되지 않고, 포괄적이면서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이름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오픈'이라는 개념은 누구든지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뜻하고, 저만의 노하우를 직접 전하고자 '오픈북'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매달 바뀌는 다채로운 테마 요리 코스

저는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프렌치 기반의 3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매달 다른 테마로 레시피를 알려드리며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프랑스나 유럽에서 자주 먹는 요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

매달 주제를 정할 때 많은 요리책을 참고해요. 사진이 포함된 책도 있고, 글로만 구성된 책도 있는데요. 이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가 완벽하지는 않아서 기초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저만의 색을 더해 테마를 구성한 레시피북을 만들어 나눠드리고 있어요. 매달 전식, 본식, 후식으로 구성된 양식 코스 요리를 진행하다 보니 지금까지 약 150개의 레시피가 쌓였어요. 저만의 요리법과 플레이팅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레시피북을 모으시는 수강생분들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해요.

차곡 차곡 쌓아가는 나만의 노하우로

요즘 유튜브 요리 채널에서 배울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죠. 많은 분이 유튜브로 요리를 접하고 도전하다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오픈북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오픈북에서는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하고, 자신만의 요리 노하우를 쌓을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양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레이어링' 기법이 있는데, 이는 맛을 단계별로 쌓아가는 방법이에요. 오일을 두른 팬에 고기나 생선을 굽고, 팬을 닦지 않고 그대로 채소를 볶는 방식이죠. 고기를 굽고 기름을 닦아낸 후 채소를 볶으면 더 깔끔해지겠지만 고기의 감칠맛이 빠지게 돼요. 이 작은 차이가 맛의 깊이를 좌우해요. 양식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서 재료와 조미료를 어떻게 적절히 사용하는지가 음식의 깊이와 균형, 풍미를 결정하니 몇 가지 요리 패턴을 익히면 좋아요.

그렇게 배운 요리를 집에서 다시 시도할 때 ‘이건 넣어야겠다’, ‘이건 빼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게 돼요. 그것이 자신만의 요리 노하우가 되는 거죠. 매번 레시피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요리를 할 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양념을 추가하거나 빼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게 좋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요. 요리는 정답이 없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좋은 음식으로 나를 채우는 일

요리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먹는 것에 진심인 분들이에요.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한 탐구를 즐기는 분들이 많죠. 내가 무엇을 먹고 채우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야말로 자기 관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보다는 이 계절에 나는 제철 재료나 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며 나를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하며 나누는 즐거움

요리가 주는 기쁨은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서 사람을 모으고 함께하는 즐거움이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음식을 나눈다는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식을 매개로 사람들을 모으고 음식을 나누며 얻는 행복이 가장 커요. 그래서 수업 중에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때는 선물 대신 음식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선물하라고 말씀드려요. 이렇게 할 때, 선물을 드렸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수고로운 사랑, 여러 손길이 필요한 요리: 비프 웰링턴

수업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 중 하나가 바로 비프 웰링턴이에요. 다양한 야채를 썰어 넣고 스테이크를 굽고 통으로 싸서 장시간 구워내는 요리인데요. 재료도 많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연말 파티 음식으로 제격이죠. 비프 웰링턴은 혼자서 만들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사람들을 불러 함께 조금씩 일을 나누고 나눠 먹으면 만족도가 훨씬 더 커질 거예요. 이렇게 품이 많을수록 함께 나눠 먹는 재미가 더해지니까요. 그래서 비프 웰링턴을 배운 분들은 “이 요리는 정말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요리다”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사진 출처 | 서촌 그 책방

the seochon 17호는 10월 8일 한로(寒露)에

님을 찾아갑니다.

추분의 인사는 김태운 님의 시와 함께 끝마칩니다.

그럼 돌아오는 절기에 또 만나요.